나도 늙어가는구나

아직 서른밖에 먹지 않은 놈이 별 소리를 다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제 갓 스물을 넘은 것들이 선을 긋고 20대, 30대라고 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내가 스무살때 같은 말을 했던것 같다. 그때에 '너도 나이먹는다', '금방 찾아온다'라고 선배들이 했던 얘기가 기억난다. 새삼스레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면 어렸을적 얼굴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잔뜩 기미나 검버섯이 자리잡고 있다. 외탁인진 몰라도 가운데 머리숱이 듬성듬성하다.

어릴 때부터 애늙이란 소리를 듣고 자라온 터라 나이에 비해 조숙하다느니, 늙어보인다느니 하는 말을 귀에 얹고 살았었다. 초등6년(나때는 '국민'이지만)에 대학생 소리를 들었으니 더 말하지 않아도 알만하다.

간혹 후배녀석들이 상담을 요청하기도 한다.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직장을 옮기려는데...', '여자친구와 싸웠는데' 등으로 시작하는 얘기들을 들어주기만 해도 도움이 된다는 녀석들이다. 굳이 답을 마련하지 않아도 되지만, 늙었는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주변에 지인들 특히 친구녀석들이 결혼을 하기 시작한다. 청첩장이 한달에도 서너통 들어온다. 축의금만 해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다.

가끔 잠을 자다 갑자기 눈이 떠질 때가 있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처럼 소름돋는 일도 없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책임감이 생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회사 누군가를 담당해야 하고, 결혼을 하게된면 아내나 자식을 건사해야하는 전형적인 한국의 아버지의 모습이 될 것 같다.

전에 별로 관심없었던 재테크라는 단어가 귀에 맴돈다. '누구는 얼마 벌었다더라', '누구는 집을 샀다더라'라는 말을 들을 땐 나도 해야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에 미치기도 하지만 아직까진 주관심사는 아니다.

이렇게 '늙어가는구나'라고 끝맺음을 하게되면 좀 쓸쓸할것 같다. 하지만, 이게 웃을때 주름이 잔뜩 잡히는 서른, 내 현재 모습이다. 어서 장풍이나 축지법이라도 연마해야겠다. (결론이 좀...ㅡㅡ)

by 스팟 | 2007/10/27 23:11 | 구시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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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김민수 at 2007/10/30 00:26
요즘 뭐 인생 100살까지라 하며 평균수명 80세를 본다하지만..

그게 특별한 의학기술이 없는한 사실상 60세면 20-30대처럼 똑같이(술먹고, 놀러다니고, 사람 만나고, 공부하고) 사회활동하는 건강수명은 끝이라 봐야죠..

30세면 그 시간이 이미 절반은 지나간것이니..

짧은 시간 뭐던 빨리 이뤄야 되는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스팟 at 2007/10/30 09:18
네. 60까지라고 보고 살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덤(보너스)인거죠.

요샌 에너지가 살짝 모자르네요.
여기저기 치이다 보니 ^^

역시 장풍을... ㅡㅡ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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