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좀 허접하다.

처음 PC라는걸 들여놓은 때가 97년도인데 그땐 윈도95가 깔려있었다. 그저 마우스라는 놈으로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카드놀이를 하는게 컴맹에겐 큰 재미였다. 학교에서 PC통신이라는 걸 한다는 소리가 들렸고, 뭘 어떻게 하면 인터넷도 연결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천리안에 가입했었다. 새롬데이타맨을 띄우고 모뎀이 전화거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때 그 떨림은 아직도 생생하다.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채팅을 하거나 게시판을 기웃거리다가 무슨 음악관련 동호회에서 음악을 받는게 하루 일과였다. 그러다가 내가 찾는 음악이 없길래 CD에서 음원을 추출하여 ra로 만들어서 올렸던 기억도 있다.

친구녀석의 도움으로 한메일이라는 서비스가 있다고 하여 학교에서 가입하게 되었다. 그때 ID는 다섯자 이상이라는 규칙때문에 'iklo'라는 아이디를 사용하지 못하고 iklo1이라는 아이디로 가입했었는데 지금은 암호가 기억나지 않아 완전히 잊혀져 버렸다. 그땐 이메일이라는 개념도 와닿지 않았고 그냥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때 브라우저는 당연히 네스케이프였다. 나는 브라우저는 그거 하나만 있는 줄 알았다. 검색이라는 걸 하려면 무조건 야후로 들었갔었다. 알타비스타에서도 검색했던 것 같은데 나중에 핑클이 선전에 나오는 엠파스로 옮겼던 것 같다. 조금 지나니 google이라는 녀석이 있는데 외국자료 찾을 땐 이놈이 좋다는 친구녀석의 말에 '그렇구나' 했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라걸 처음 배운게 델파이였다. 이런 훌륭한 녀석으로 입문한게 나한테는 큰 도움이었던 것 같다. 대신 나중에 VC와는 담 쌓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던 놈이다. 그 다음에 접했던건 볼랜드C++빌더였다. UI는 델파이랑 완전히 똑같고 컴포넌트도 익숙했는데 언어만 C++이었던 이놈이 한 동안 주 언어였다. 그걸 가지고 교수님이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서 수업을 했었는데 그때부터 흥미를 갖게된 것 같다. 지뢰찾기, 미로찾기, 나중에는 전략시뮬레이션까지 소개해주시는데 어찌 재미가 없었겠는가. 이상하게도 군대갔다왔던 선배들은 윈도우가 익숙하지 않고 프로그래밍 언어도 turboC가 익숙하다고 하던데 이해할 수 없었다.

잡지는 HOWPC와 프.세, 마.소를 사봤던 것 같다. 사실 초보에게 HOWPC도 버거웠는데 뭔가 배워보고 싶은 욕심에 그냥 모았던 것 같다. 1년 구독하면 빌더를 꽁자로 준다는 말에 구독했는데 사실 뭔 소린지 잘 몰라서 집에 고이 모셨놨었다. (지금도 책장에 꼽혀있다.) 무슨 입문서라는 걸 서점에 가서 두루 섭렵했었다. 못 알아듣는 소리 천지라 그냥 목차 봤었는데 나중에는 무슨 책이 어디에 꼽혀있고 가격이 얼만지 까지 외우고 다녔다. 그러다 심심해서 VB를 깔아봤는데 이 녀석 뭔가 쉬운것 같기도 하고 어려운것 같기도 한 이상한 언어였다. 그때 비주얼 스튜디오라는 녀석을 깔면 VC,VB,VF를 기본으로 깔았기 때문에 책하나 사서 연습해 보았다. 재미를 붙이면서 닥치는 대로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VC는 2003년에서야 처음 써본것 같은데 98년부터 VC책을 샀던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식한 짓 이었던 것 같다.

건강상 학교를 휴학하게 되었는데 그때 친구녀석이 보라고 줬던 책이 인터넷프로그래밍이라는 책이다. 이상엽씨가 썼던거로 기억한다. 여튼 그때 펄이라는 언어로 게시판을 하나 만들어 보게 되었는데 이전과는 다른 독특한 경험이었다. 그러다 HTML코더가 필요하다고 해서 지원하게 되었는데 나중엔 이지보드라는 게시판을 고치는 일까지 했었다.

병특을 해보라는 말에 무작정 입사를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이 바닥(?)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헉헉 원래 이런 얘기 하려던게 아니었는데 쓰다보니 주절주절 쓰게 됬네 ㅡㅡ;)

이후 지금까지 일을 주욱 적다가 몽땅 지워버렸다. 내가 쓰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갯수는 늘어났지만, 처음 가졌던 열정보다 현재가 못한 것 같다. 내가 관리하는 서버와 동료는 늘어났지만, 정작 나를 잘 관리하지 못하는 것 같다.

허접하다.





덧1)
앞으로 이런 넋두리도 안 써야겠다. 그냥 의무감에 채워넣는 낙서... 매번 비슷한 것 같고, 읽는 사람도 지겨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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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팟 | 2008/02/09 23:43 | 구시렁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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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난016이다ㅋ at 2008/02/10 01:14
스팟님의 걸어온 길이군요 ......;
허접해보이시진 않으시는데
Commented by 미친병아리 at 2008/02/10 02:30
저도 1년 6개월 정도 델파이만 사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델파이 아주 멋진 개발툴이죠..
Commented by diziso at 2008/02/10 03:52
어쩌자고 철이 드셔서 이고생을 하시는지... ㅋ
Commented by 스팟 at 2008/02/10 15:06
to. 난016이다ㅋ - 아직도 배워할게 많은걸요 ㅜㅜ

to. 미친병아리 - 델파이 정말 훌륭한 툴이죠. 근데 지금은 가물가물 하네요.

to. diziso - 아직 철 든거 같진않아. 가출이라도 해야할까봐 ㅡㅡ;
Commented by 태권브이 at 2008/02/11 10:41
이런 글이 읽고 싶어요. 미디어 블로그는 몇몇 블로거들로 족해. 라이프로그가 더 좋아요.
^ㄴ^
Commented by 스팟 at 2008/02/11 10:55
덜덜;; 재미없는 글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넋두리만 들으면 재미없을텐데...
Commented by Paromix at 2008/02/11 13:03
하하... 왠지 예전 생각이 새록새록.. 프.세는 참 오랫만에 듣는 이름인걸요.^^
Commented by 스팟 at 2008/02/11 13:24
나중에는 안 믿어줄지도... 프세라는 잡지가 있었단다.. ㅋ
Commented by Sirjhswin at 2008/02/13 21:22
저는 아직도 터보C가 익숙한면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일 처음에 접한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손에 익은게 무엇이냐 하는것이 중요한것 같습니다.

아직도 가끔씩 터보C를 켜서 Mode 13h 로 프로그램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비주얼 스튜디오 2008을 바라보고 있고, 다른 한편으론
터보C를 보고있다니, 저참 우스운 사람이죠;;
Commented by 스팟 at 2008/02/13 21:39
우습다니요... 전 병특 때문에 자격증 따야 되서 TurboC의 도움을 받았었던 적이 있죠. 최고였습니다. 근데 요샌 C로 하는 업무가 거의 없어서리...

java를 제외하곤 vi에서 코딩하는듯 합니다.
Commented by 김민수 at 2008/02/13 22:25
나도 첨에 한게 델파이였는데 ㅋㅋㅋ

처음엔 C로 컴파일이란걸 시간이 걸린다는게 이해못할정도의 리얼타임에 가까운 컴파일 시간은 정말..

지금도 놀랍다는...

Commented by 스팟 at 2008/02/14 10:13
델파이 마니아가 좀 되는데요 ㅋ
Commented by 정원 at 2008/02/15 17:28
여기가 대리님 블로그였군요...
올~

Commented by 스팟 at 2008/02/15 17:29
ㅋㅋ
Commented by 정원 at 2008/02/16 17:39
쭈욱 읽어보니, 저런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네요. ^-^
Commented by 스팟 at 2008/02/16 20:54
같은 세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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