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9일
눈먼 자들의 도시

1년 넘게 띄엄띄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 연결이 끊기지 않는 신기한 책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눈앞이 하얗게 변해가는 사건이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에게 일어난다. 이 책은 이름을 외울 필요가 없다. '의사', '의사의 아내',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 '사팔뜨기 소년', '검은 안대를 한 노인'. 번역서를 읽을 때 이름 외우기 어려워 이러저리 '이놈이 그놈인가'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저자는 친절하게 그런 장애물을 걷어냈다.
어쨌든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로 부터 시작된 돌림병은 그와 접촉했던 사람들로 번진다. 그를 진료했던 '의사'. '의사'에게 진료받았던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와 관계 했던 남자... 마치 관계속에 피어나는 루머나 소문처럼 일파만파 뻗어간다. 정부는 대책을 세우고 이들을 격리하고자 체포(?)하기 시작한다.
(이쯤 언급했으면 소재의 신선함에 서점으로 달려가야 하지 않을까?)
'의사의 아내'는 눈이 멀지 않는다. 그녀에겐 평범한 '볼수 있는 능력'이 마치 세상을 구하려 등장한 슈퍼히로인처럼 초능력이 된다. 슈퍼맨이 자신이 슈퍼맨임을 숨기듯 수용소에서 그녀는 그것을 숨기며 필요할 때 사용한다. 이렇듯 저자는 남자가 아닌 여자를 영웅으로 내세운다. 아마 남자를 영웅으로 내세웠다면 주어진 능력으로 철저한 악마가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여기까지가 1/3가량이다.)
줄거리는 여기까지 언급하고 읽을 때 주의사항을 말하겠다. 이 책은 누가 화자인지 집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대화라면 줄바꿈이 필요할텐데 그냥 주욱 연결해서 써 놨기 때문이다. 한 단락이 엄청 길기에 읽는 도중에 끊기 어려운 묘한(?)매력을 갖고 있다. '눈뜬 자들의 도시',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도 마찬가지 일것 같다.
상상해보라. 눈이 멀었다. 어짜피 때가 차면 죽는거 확 죽어버릴까? 목숨을 위해 쓰레기통을 뒤져가면 근근히 살아갈까? 나는 눈이 멀지 않았다. 투명인간처럼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다닐까?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구해올까? 눈에 권력이라는 단어를 대입시켜보면 어떨까? 아니 '주제 사라마구'는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의사의 아내'가 한 말을 곱씹어 본다.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이글루스 가든 - 천 권의 책읽기
# by | 2008/10/19 17:02 | 도서 | 트랙백(3)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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