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작년 5월 '눈뜬 자들의 도시'를 구입하면 '눈먼 자들의 도시' 미니북을 준다는 소리에 냉큼 쟁여(?)뒀던 책이다. 헬스장에서 자전거 탈때 보려고 사물함에 넣어뒀었는데 1/3가량 읽은 채로 지난주까지 숙성시켜 '눈먼 자들의 도시 1년산'이 되었다. 느닷없이 꺼내든 이유는 11월에 영화개봉한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1년 넘게 띄엄띄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 연결이 끊기지 않는 신기한 책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눈앞이 하얗게 변해가는 사건이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에게 일어난다. 이 책은 이름을 외울 필요가 없다. '의사', '의사의 아내',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 '사팔뜨기 소년', '검은 안대를 한 노인'. 번역서를 읽을 때 이름 외우기 어려워 이러저리 '이놈이 그놈인가'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저자는 친절하게 그런 장애물을 걷어냈다.

어쨌든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로 부터 시작된 돌림병은 그와 접촉했던 사람들로 번진다. 그를 진료했던 '의사'. '의사'에게 진료받았던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와 관계 했던 남자... 마치 관계속에 피어나는 루머나 소문처럼 일파만파 뻗어간다. 정부는 대책을 세우고 이들을 격리하고자 체포(?)하기 시작한다.

(이쯤 언급했으면 소재의 신선함에 서점으로 달려가야 하지 않을까?)

'의사의 아내'는 눈이 멀지 않는다. 그녀에겐 평범한 '볼수 있는 능력'이 마치 세상을 구하려 등장한 슈퍼히로인처럼 초능력이 된다. 슈퍼맨이 자신이 슈퍼맨임을 숨기듯 수용소에서 그녀는 그것을 숨기며 필요할 때 사용한다. 이렇듯 저자는 남자가 아닌 여자를 영웅으로 내세운다. 아마 남자를 영웅으로 내세웠다면 주어진 능력으로 철저한 악마가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여기까지가 1/3가량이다.)

줄거리는 여기까지 언급하고 읽을 때 주의사항을 말하겠다. 이 책은 누가 화자인지 집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대화라면 줄바꿈이 필요할텐데 그냥 주욱 연결해서 써 놨기 때문이다. 한 단락이 엄청 길기에 읽는 도중에 끊기 어려운 묘한(?)매력을 갖고 있다. '눈뜬 자들의 도시',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도 마찬가지 일것 같다.

상상해보라. 눈이 멀었다. 어짜피 때가 차면 죽는거 확 죽어버릴까? 목숨을 위해 쓰레기통을 뒤져가면 근근히 살아갈까? 나는 눈이 멀지 않았다. 투명인간처럼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다닐까?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구해올까? 눈에 권력이라는 단어를 대입시켜보면 어떨까? 아니 '주제 사라마구'는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의사의 아내'가 한 말을 곱씹어 본다.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이글루스 가든 - 천 권의 책읽기

by 스팟 | 2008/10/19 17:02 | 도서 | 트랙백(2)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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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The note of .. at 2008/10/23 21:36

제목 : 눈먼 자들의 도시
눈먼 자들의 도시를 빌려 읽었습니다. 찾아보니 같은 시리즈로 눈뜬 자들의 도시,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가 있죠. 눈이 멀었다는 상황을 통해서, 작가는 사람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눈이 멀다'라는 의미를 신체의 일부가 기능을 상실했다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상징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소설을 읽는 동안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충격적이고, 정말 있을 법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이라는 기관이 생활에서 ......more

Tracked from 월덴 3 at 2008/10/30 11:30

제목 : [서적] 눈먼 자들의 도시(Blindness, 19..
이미지 출처 : YES24 어느날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게 된다면 어떨까요? 매우 당황스럽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되겠지요. 그러나 눈이 머는 전염병이 퍼진다면요? 그 병에 걸린 사람을 돕게 되면 내 눈도 멀게 된다면요? 그래도 눈이 먼 사람을 도울 수 있을까요? 입장을 바꾸어서 세상 모든 사람이 눈이 멀었는데 나만 멀지 않는다면요? 장님들 세상에서는 애꾸가 왕이랬다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내 마음대로 하......more

Linked at 기차니즘 초절정 고수 일탈을 .. at 2008/11/06 00:07

... 백돌이들의 백돌이를 찾아라.눈먼 자들의 도시. 그 4년후 얘기다. 투표로 시작한다. 결과는 백지투표 80%. 정부는 주동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찾지 못하고, 하루밤 사이에 도시를 비워버리고 계엄을 선포한 ... more

Commented by 자바나라 at 2008/10/22 11:09
다 읽으신거 축하.. 앗! 빌려달라고 하려 했더니만 집에서 '걸' 안 찾아왔네. ㅡㅡ;
Commented by 스팟 at 2008/10/22 13:00
ㅋㅋ 먼저 다른 사람이 임대해갔음. 돌려받으면 바로 빌려드리겠심 ^^
Commented by 이너플라잇 at 2008/10/22 21:55
우리도 분명 어떤 부분은 눈이 멀어있는 자들이란 거구요,,,,,
Commented by 스팟 at 2008/10/22 22:15
눈이 멀었거나 아니면 눈이 안보이는척 하거나요
Commented by 미도리™ at 2008/10/27 11:14
으음 읽으셨군요!~ 저는 지금 읽고 있는데!
Commented by 스팟 at 2008/10/27 11:33
초반의 지겨움이 있지만 후반가면 궁금해서 읽을 수 밖에 없더군요.
Commented by 타마 at 2008/10/27 15:31
정말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니까요. 헥헥.
원래 영화 개봉한다고 그래서 본건데..ㅠ_ㅠ
이젠 무서워서 영화 볼까말까 망설이고 있어요.
Commented by 스팟 at 2008/10/27 16:21
무서우면 떡대좋은 남자 2명정도 대동하고 가세요 ㅋㅋ
Commented by codewiz at 2009/02/05 13:58
사라마구 할아버지 문체가 정말 독특하신 것 같아요.
귀찮아서 그런건지 ㅋㅋㅋ~
Commented by 스팟 at 2009/02/05 13:58
독특한데 읽다보면 익숙해지고 있다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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